목사님께서 저희 아버님을 심방하실 예정이라는 연락을받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교회 일이 얼마나 많으실텐데 우리 집 일까지 신경쓰시게 하나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연세가 높으시고 거동이 불편해 교회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신지 한참 되었습니다. 교회에 가시고 싶다고는 하시지만 휠체어 태워드리고 차에 싣고 내리는 일들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설교 말씀 테이프를 들으시라고 했지만 보턴을 누르는 일조차도 힘드신지 "이제 늙어서 기계 다루는 법 같은 건 배울 수가 없다"고 하시며 도무지 하려고 하시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아주 가까운 실버센터에 계시는데 주일, 수요일, 금요일에 예배를 드린다고, 행복해 하셔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디모데후서 4장 7-8절 말씀을 주셨습니다.
‘내가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목사님은 아버지께 자녀 위해, 교회 위해 늘 기도하시라며 그것이 남은 생애동안 꼭 하셔야 하실 일이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크게 위로를 받으셨고, 예배 내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내가 이제 눈이 어두워 성경도 읽지 못하니 믿음이 이렇게 떨어졌다’고 목사님 다녀가신 뒤에도 한참 눈물로 울먹였습니다. 목사님 찾아주신 것 감사하고, ‘열심히 믿음 생활하지 못해부끄럽고 죄송하다’고 하셨습니다. 권해 주신대로 성경말씀, 찬송가 테이프, 귀에 꽂고 들을 수 있는 작은 녹음기를 준비해 드렸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려도 나는 늙어서 못한다고 해서 애를 태웠는데 이제부터 말씀 듣는 일, 찬송하는 일, 기도 열심히 하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심방을 받으면서 저도 많이 반성했습니다.
이것저것 다 여의치 않더라도 면회 갈 때 마다 성경읽어 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내가 아버지 손잡고 기도했으면 됐을 것을.. 그냥 쑥스러워 식사 잘 하시는지, 지내시기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하신 것 없으신지... 말 동무만 해드리고 왔습니다. 무엇이든 ‘나는늙어서 못한다’ ‘안하겠다’고만 하시는 데는 그만나도 지쳐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목사님 말씀이 제게큰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목사님 심방 오신다고 하니 어찌 어렵던지, 마지막 날 예수님 계신 곳 ‘맑은 거울’ 앞에 설 때 이럴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젠가 하늘나라 가면 예수님이 ‘에구.. 이게 뭐냐 ..’ 그러시면 안 되는 데... ‘애썼다, 착하다’ 그런 말씀 들어야 할 텐데 다시 한 번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시는 일 너무도 많으신 데,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주신 목사님, 교구 목사님, 권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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