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명칭도 생소한 비대면 예배, 그리고 긴 장마와 잇단 태풍으로 유독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을 2020년의 여름이 마침내 지나고 명절을 앞둔 초가을, 순례자는 오정수장로님 내외분을 만나기 위해 베델하우스를 찾았다. 지난 9월 14일 서울지법으로부터 날아온 서울교회 재정비리 무혐의 판결 소식을 접하고 서울교회 성도는 누구도 예외없이 오정수 장로님의 얼굴을 떠올렸을 것이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와 목사로서의 불성실과 부정직으로 인해 촉발된 서울교회 분쟁을 박노철 목사 측은 어이없게도 재정비리라는 프레임으로 몰아갔고, 그 중심에는 오정수 장로님이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가 겪은 심적 고통을 주님 외에 누가 헤아릴 수 있었을까? 과도한 스트레스와 번민과 갈등으로 마침내 뇌경색이라는 지병까지 얻었지만 오 장로님의 모습은 늘 평안해 보였다.
순례자는 오랜 비대면 예배로 인해 오랫동안 성도의 교제도 할 수 없는 터에 마침 재정비리 무혐의라는 반가운 판결 소식을 듣고 지면으로나마 오정수 장로님의 근황을 전한다.
순) 재정비리 무혐의 판결 소식을 듣고 심경이 어떠하셨는지요?
-교회 재정에 대해서는 하나님 앞에 정직했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정직했으므로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도 큰 동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없는 먼지를 찾아내는 세상이고 보니 무조건 법을 신뢰하고 안심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교회 분쟁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성도님들은 아시겠지만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게 되면 선명한 기억도 희미해지고 대답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할 때가 허다합니다. 이번 판결을 앞두고도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나의 믿음 없음을 곧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 용서를 구했습니다.
처음 의정부검찰에서 ‘혐의 없음’ 판결을 받았을 때 많은 분들이 박노철 목사 측을 무고로 고소하라고 했습니다. 나라고 왜 저들이 밉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겠다고 하나님께 약속한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실망하는 줄 알면서도 끝까지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비록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마침내 오늘과 같이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순)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나요?
교회 점심을 하기 위해 주말이면 십 수명의 권사님들이 북적대고 주일에는 새벽부터 조리를 하고 교회로 점심을 나르는 일을 봐주면서, 또 배추 수백 포기 교회 김장을 하고 된장도 담그고, 또 각종 교회 모임으로 많은 성도들이 찾으면서 베델하우스가 이렇게 하나님께 쓰임을 받는구나 싶어 참으로 기뻤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일예배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되면서 문전성시를 이루던 베델하우스도 한산해졌습니다. 교회도 못 가면서 한동안은 마음이 많이 쓸쓸했는데 반면 하나님께 기도하는 시간이 늘어 가면서 은밀하게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이 생겼습니다. 또 평생 함께 해온 이영희 권사와는 새삼스럽게 신앙의 동지가 되어 서로의 믿음을 격려해 주곤 합니다.
순) 신앙의 여정을 돌아보며 믿음의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은 믿음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요소들이 환경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순수한 믿음을 지키기에는 저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 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마지막 때에 믿는 자를 보겠느냐’라고 탄식하셨나 봅니다.
나의 고향은 평안남도입니다. 집안의 누님들은 고향에서도 교회를 다녔지만 누님들은 내가 어리다고 교회를 데리고 다니지 않아 나는 피난을 나오고서야 교회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아내 이영희 권사를 만났는데 그 때 이권사도 이미 교회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함께 충현교회를 섬기며 참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정말 죽는 날까지 충현교회를 섬기게 될 줄 알았는데 1991년 뼈아픈 사건을 통해 서울교회가 설립되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충현교회 교인에서 서울교회 교인이 된 것이지요. 그리고 서울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명을 위해 달려오면서 두 번 다시 그런 아픔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니 인간은 한낱 미물인 거지요.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시간표를 알겠습니까?
충현교회에서는 그냥 손을 털고 나왔기에 서울교회 분쟁에 비하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님의 교회를 지켜야 하는 중차대함에 고난과 고통은 그 당시의 몇 십배 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신앙을 많이 돌아 보았고 왜? 무엇 때문에? 교회가 찢어지는 죽음과 같은 고통을 두 번이나 당하게 되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희미하게 알 것 같아요. 아무 일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만 신앙생활을 했다면 어쩌면 지금의 나는 바리새인과 같이 종교인의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고난을 당하면서 결국에는 하나님 앞에 서는 것 밖에는 달리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나님은 참된 신앙인으로서 오정수, 하나님만 바라보는 오정수를 원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은 새벽기도를 드리지 않는다고 뭐라는 사람도 없고, 주일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눈치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는 절박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묵묵히 자신의 신앙을 지키며 하나님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순) 마지막으로 서울교회를 향한 소망은?
믿음에 정답은 없습니다. 좋은 교회, 훌륭한 교회가 어떤 교회인지도 오직 하나님만 아십니다. 어떤 면으로 서울교회는 수많은 사역을 감당하면서 스스로 좋은 교회라는 자부심을 가졌고, 그 자부심은 우리를 부지불식간 교만한 자리로 내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짧지 않은 분쟁의 시간을 가지며 저 뿐만 아니라 서울교회 성도님들 모두 지난 고통의 시간 동안 자신의 믿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울교회를 향한 나의 소망은 겸손한 하나님의 종이 속히 오시어 교회가 안정 되고, 서울교회 성도 모두는 하나님을 마음에 모시고 진정한 신앙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다 하실 것입니다.
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본당에 올라가 마음껏 찬양하고 마음껏 예배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그 날이 속히 오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보고 싶습니다.
취재 및 정리 : 허숙 권사(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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