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은 쌀쌀했다. 이른 추위보다 밖으로부터 불어오는 또 다른 바람이 편집실 문풍지를 세차게 흔들었다.
교회 설립 후, <순레자>의 첫 출발은 울림이요, 떨림, 그 자체였다. 영원한 집을 찾아나선 순례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불러 모으는 푸른 종소리, 진리의 발걸음이었기에....
그 당시 <순례자>는 이 교구에서 저 교구로 교구 모임이 겹친 날들은 직접 취재하기 위해 재빠르게 뛰었다. 말씀을 전하기에도 바쁜 목사님이지만, <순례자>와 함께 교구모임이나 목회자 세미나와 같은 행사마다 주춧돌을 놓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논현동 시대의 <순례자>는 테이프실 안쪽에서 다소곳한 모습으로 가장 낮은 곳에서 저 높은 곳을 향해 한 걸음씩 옮겼다면, 반포동 시대는 옆으로 손에 손을 잡고 성도들과 연합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과 더불어 선교의 깃발을 드높게 펄럭이게 했다.
뒤돌아보면, 광야에서와 같이 순례자의 첫 발걸음이 아름다웠던 것은 어딘가에 오아시스를 숨겨 놓은 주님의 뜻이 함께 했음을 진실로 고백하고 싶다.
낙엽진 거리에 흰 눈이 내리고,,제아무리 혹독한 겨울이라도 봄의 길목을 막을 수 없었기에 <순례자>의 사계는 복음과 선교의 일꾼들을 부르는 메시지로 자리매김하여 지령 900호의 종소리를 다시 크게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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