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이 오면,
우리는 흔들고 싶은 깃발이 있다.
모국어로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죽어서 영원히 살아남은 이들을 위해
기도의 성을 쌓고 싶은 맥박이 있다.
92년전 오늘,
일제의 쇠사슬을 끊으며
"죽으면 죽으리라"는 순교의 신앙으로
교회당마다 빗장을 풀고
만세로 나라를 지켰던
기독인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낮의 통행금지 속에 갇혀
가슴을 움츠리며 살아왔던
식민지의 아침,
총검으로 정의를 겨냥했던
무리들은 가고,
역사는 언제나 진실을 증언했다.
이제 빼앗겼던 우리의 땅, 우리의 하늘,
우리의 자존, 우리의 의지를
황지의 풀잎처럼 일으켜 세워
다시는 어둡고 부끄러운 역사를
살지 않아야 한다.
이 땅에 다시는 타인의 손길이,
이 땅에 다시는 잔악한 발길이,
끝내는 슬픈 전흔의 아픔도
스며들지 않도록
우리의 미래, 그 가치와 자긍을,
소중히 지키며 살아야 한다.
지금은 3월,
하늘 같은, 불기둥 같은 감격으로
승리의 노래만을 부를 때가 아니라
진실로 자유가 생명보다 귀한 교훈을,
망국의 회한을 되새겨 보며
항상 눈동자 같이 깨어 있어야 한다.
92주년 3.1절에 부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