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한번도 도심을 떠나본 적이 없는 저에게 누군가 어릴적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초등학교 시절의 가을 운동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가을 운동회에서도 백미. 그것은 바로 청팀과 백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이어달리기 일명 ‘릴레이’였습니다. 5학년 가을 운동회 릴레이 마지막 주자로 나섰을 때의 전율과 떨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저 멀리서 바통을 전해주기 위해 죽기살기로 뛰어오는 친구를 보면서 숨이 멎을 듯한 설레임과 꼭 이기고 말겠다는 승부욕에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습니다. 바통을 받은 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뛰어 결승선에 먼저 도착했고 우리팀 주자들과 수백여명의 응원단과 선생님들은 해방을 맞이한 것처럼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답니다.
그로부터 30년 후. 서울교회에서도 매년 가을만 되면 초등학교 시절 가을운동회의 ‘릴레이’ 주자로 뛰고 있습니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눈을 뜨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눈을 감고 달린다는 것과 운동장 몇 바퀴를 도는 것이 아니라 장장 50일간 달린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자 4명이 아니라 수 천명의 주자가 함께 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쯤되면 이어달리기 오래하기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입니다.
30년 전 그때처럼 바통을 이어 받을 시간이 되면 가슴이 쿵쾅쿵쾅 뛸 만큼 설레고 떨리는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습니다. 비록 수천 명 중의 한 사람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구간을 대충 달릴 수가 없습니다. 주어진 바통을 떨어뜨려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한다는 것도 우리 모두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릴레이’에 참가한 우리 서울 교회 성도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사명자 대회 50일간 연속기도회를 통해 우리 서울교회 성도들은 30년 전 가을 운동회 때의 그들처럼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바통을 주고 받으면서 여전히 ‘릴레이’를 하고 있는 우리 서울교회 성도들을 보시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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