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로 시작해 찬양으로 마치게 하신 제주에서의 5일이 꿈결같이 느껴집니다. 핸드벨이 중세 교회 타워벨에 기원을 두고 예배를 위해 지어진 악기여서일까요, 핸드벨 세계 대회는 매우 기독교적인 행사였습니다.
매일의 첫 일정은 예배였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대회의 중심에 하나님이 계심을 기억하게 하셨고 말씀을 주시며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하늘을 차일같이 펴시며 달려가도 피곤치 않게 하시는 하나님. 종일 이어지는 연습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너무나 즐거웠고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해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그 날 아침 주셨던 이사야서 말씀이 자기 전에도 아멘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렇게 예배로 시작된 대회의 주된 일정은 마지막 날 있을 파이널 콘서트를 위해 600여명의 참가자 모두가 함께 하는 연습(mass-ringing)이었습니다. 연습은 세계 각국에서 오신 여덟 분의 지휘자님의 지도 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한 곡당 30분씩만 해도 반나절이 금세 지나는 빠듯한 일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서로 비친다고 하셨던 말씀처럼 찬양하는 즐거움이 서로 비쳐 그 시간은 곧 기쁨이었습니다. 연습에 임하는 참가자들 모두 세계 각처에서 다른 상황 다른 삶을 살아 가고 있지만 나 자신은 가려지고 하나님을 찬양함으로 한 마음이 되던 그 시간이야말로 이번 대회의 백미가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적은 언어로 많은 말을 한다는 게 이런 걸까 싶었어요.
각 팀이 한 곡씩 선보이는 솔로 콘서트 때 저희는 윤주일 집사님의 팀파니, 김윤지 성도님의 오르간, 그리고 고요한 단원의 해금과 협연하여 보다 풍부한 음색으로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연주했습니다. 웅장함과 음악성으로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았는데 누구보다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셨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의 크심을 알아가는 즐거움, 휴가라는 말이 무색하게 서울에서의 삶보다 어쩌면 더 바빴던 일정이었지만 그러나 받은 은혜를 세어 보며 더없이 행복했던 시간들. 역설적인 일들이지만 하나님이 제게 오신 것 자체가 역설이듯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아무 것도 아닌 저의 삶에 친히 찾아 오셔서 당신을 나타내주시며 찬양함에 기뻐할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께 모든 감사를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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