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에 남북 국회 회담을 제안해 11월 개최가 임박한 상황이다. 다당제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와 일당 독제 체제에 있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대등한 대의제도에 해당하는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발상에 대해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남북은 오랜 분단 상태에서 갈등과 크고 작은 상처를 안고 있다. 6.25 한국전쟁이 휴전되었으나 1971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남북 당국은 정치, 인도주의, 사회, 문화, 군사, 경제회담을 공식적으로 668회나 만났다. 상호 간 신뢰를 쌓고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은 50년 동안 진행되어 왔다. 1972년에는 남북공동성명서가 발표되고, 남북조절위원회가 발족까지 했다. 자주?평화?민족 대단결의 통일 3원칙을 비롯한 상대방 중상 비방 중지, 군사충돌 방지, 서울-평양 상설직통전화 설치 등 마치 통일이 다 된 것 같은 합의문이 나왔다.
그러나 국제적 냉전체제는 이 합의조차 휴지조각이 되게 했다. 1980년대는 남북 관계는 위기를 겪었으나 경제, 체육 등 대화가 재개되기도 했다. 북한의 대남 수해 물자제의를 받아들였고, 남북경제회담?적십자회담?국회회담 예비접촉?체육회담 등이 열리기도 했다. 남과북은 적대관계 속에서도 대화를 지속했으며, 대화 채널을 다양화 해 갔다. 1992년에는 남북 사이에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발효되기도 했다.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공동선언에 합의도 했다.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에서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점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통일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키로 했다. 남북이 당장 제도적?법적 통일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현 체제를 인정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면서 교류협력을 통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사실상의 통일을 실현해 간다는 합의를 했다.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문에서, 정전 체제의 종식과 항구적 평화 체제의 구축에 공감하고, 직접 관련된 3자 혹은 4자 정상들이 한반도에서 만나 종전 선언하는 것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2017년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으로 돌아가는 길이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이라는 베를린선언을 문재인 대통령이 했다. 2018년에는 세 번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제는 국회와 북의 최고인민회의가 함께 회의를 하자는 것이다. 문제는 6.15공동선언 연합제 또는 연방제를 채택하자는 것과 10.4정상선언의 종전선언을 추진하자는 것이 그 배경으로 깔려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
自由民主主義와 人民社會主義가 연방제나 연합제를 채택하자는 제안은 얼핏 합리적 통일 방안처럼 들릴 것이다. 종교다원주의(多元主義)자들이 종교 간에 차이보다 공통점을 강조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과 같다. 神을 궁극적 실제로 말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은 그 실재를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논리보다는 둘 다(both-and)의 방식으로 보고, 다양한 현상적 신들이 기독교의 하나님, 이슬람의 알라, 유대교의 하나님, 힌두교의 브라만, 불교의 부처등의 존재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종교가 다른 종교보다 우월하다거나 유일하다는 주장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각각의 종교가 본질적으로는 다 같은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 종교에 속한 학자들은 한결같이 종교다원주의 이론을 거부하고 있다. 사상적 ? 이념적 체제가 다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과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는 북한이 연방제나 연합을 하자는 것은 종교다원주의자들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같은 것이다. 개인의 자유 특히 거주의 자유?언론의 자유?신앙의 자유?소유의 자유와 같은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우리는 처음부터 주장했고 우리 헌법에도 명기되어 있다. 아무리 정상 간의 합의가 이루어졌어도 국민의 동의 없는 잘못된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것을 남북 국회의 합의로 만들려는 꼼수를 국민은 다 알고 있음을 책임있는 이들은 명심해야 한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몽골울란바타르대 명예총장ㆍ서울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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