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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9
<순례자64> 내가 남긴 인생작품

일년동안 농부들이 땀 흘려 지은 농사가 가을에 가서 결실이 잘 되었을 때는 풍작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엔 흉작이라고 한다. 풍작은 못되지만 흉작을 면했을 경우에는 평년작이라고 한다. 문학가나 예술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작품을 걸작이라 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졸작이라 한다. 걸작까지는 못되지만 졸작은 면했을 때는 가작이라고들 한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남기고 가는 일생도 하나의 작품과 같다. 모세나 바울같이 살 수 있다면 걸작인생일 것이고, 아합이나 가롯유다같이 살고 만다면 실패작일 것이다.

2012년의 365장의 백지 위에 우리는 하루하루의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하루를 천년처럼 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걸작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평년작 인생은 남겨야 했기 때문에 매일매일을 하나님 면전에서 걸작인생의 자국을 남기려고 몸부림쳐 왔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영광스런 발자국을 남겼노라고 자처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흔히 지난날의 영화에 나약한 향수를 느끼기 쉽다. 심지어 별것 아닌 과거사까지도 꿈속의 유토피아처럼 미화시켜 거기에 매달리려는 허약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와 같은 노스탈자는 새해 새 출발을 내딛는 마당에서 백번 해로울 뿐 유익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이스라엘 백성은 포로의 땅 바벨론에 살면서도 이미 다 허물어진 지난날 옛 예루살렘의 영화에 연연하며 현재의 조건을 타개할 야망을 갖지 못했다. 이미 가버린 옛날의 영화에 허황된 긍지를 고집하여 그들은 새 땅 바벨론의 거민들과 섞이기를 거부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 일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출발을 시작할 것을 촉구하신 것이다. 지난해의 조그마한 성공과 자랑만을 되씹고 있다면 그런 것은 삶의 전진보다는 침체를 가져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과감하게 그것을 과거와 함께 묻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나약한 향수는 새 출발의 결단을 마비시키는 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과거의 영광에 매여 달리듯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위축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별것 아닌 것을 가지고도 지난날의 실패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고 그것을 삭이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이는 지난해에 정치적 혼란과 경제난의 한파로 인해 실직 파산 부도와 같은 아픔을 안고 도덕적 붕괴와 사회질서의 파괴 속에서 참담한 굴욕과 절망 때문에 두고두고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도 있다.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던 이스라엘 백성은 무차별 학살을 당했고 부녀들은 적군에게 끌려가 능욕을 당했다. 거리는 황폐해졌고 나라의 임금은 두 눈이 뽑힌 채 쇠사슬에 묶여 끌려갔다. 하나님의 성전은 쑥밭이 되고 귀족과 지도자들은 포로로 잡혀갔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고 얼굴을 들 수없는 수치와 슬픔으로 욕된 과거, 그 치욕의 때를 이스라엘 백성들은 순간도 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하나님은 선지자를 통하여 이전 일을 기억지 말고 옛 일을 생각지 말라 하신다. 그 모든 실패와 허물을 과감하게 과거와 함께 묻어 버리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새 출발을 시작하라 하신다.

2012년은 영원히 역사의 과거로 지나갔다. 그 보잘 것 없는 성공과 자랑, 그 숱한 실패와 허물은 우리 손을 이미 떠나 하나님의 책에 지울 수 없는 심판의 자료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과거사의 영욕간에 그것에 매이지 말고, 그러나 망각하지는 말자.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거친 광야에 길이 나고 황량한 사막에 강이 흐르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신 하나님의 약속의 음성을 듣고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현재를 결단하는 믿음을 가진 지혜자가 되어야 한다. 실패는 죄가 아니다. 목적이 잘못된 것이 죄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면 어떻게 되었든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하나님의 목표가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이 목표를 향해 계속 가야 할 것이다. 그때에 옛것은 의미와 가치를 갖고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고 새 일이 시작될 것이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서울장신대석좌교수ㆍ서울교회 원로>

한국장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