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안보리 북한인권결의안 상정에 즈음하여 -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절대로 그냥 스쳐지나가는 '아무나'가 아닙니다. 수 백 만명의 대한민국 국민의 가족과 친척들이 아직도 북한에 살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담겨진 참상과 인권유린의 내용을 읽노라면,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찢어집니다..."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의 UN 안보리 회의장. '북한인권결의안'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가운데 우리나라 오준 주UN 대사가 발언자로 나서서 한 이 말은 일순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일부 대표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발언이 끝난 오 대사에게 포옹을 청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들은 가장 강력한 발언'이란 극찬도 나왔다.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인권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 최고 책임자를 제재하라는 권고까지 담고 있다. 여기에 오 대사의 감동적인 호소까지 공개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러나 낙관하긴 어렵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안보리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앞으로 3년간 논의할 수 있지만,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이 실제 국제형사재판소에 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쯤에서 우리 기독교인이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첫째, 우리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분명한 목적은 그들의 '영혼 구원'에 있어야지 단순한 인권 개선에만 머물러선 안된다는 점이다. 만일 폭압적 정치체제 아래 있는 북한 주민들이 그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돕고 싶은 게 바램의 전부라면, 이는 복음이 없는 세상 사람들도 하고 있는 자선활동과 다를 바가 없다.
둘째,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보다 세상의 나라들과 국제기구를 더 의지하고 있진 않는가?
저마다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 바쁜 국제 사회의 속성상 북한 인권문제를 국제기구가 완전히 해결해 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인권 개선을 포함한 북한 문제는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것이지, 미국이나, 유럽, 또는 유엔 같은 국제 기구가 이를 해주지 않는다. 물론 하나님이 그들을 사용하실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하나님이지, 국가와 국제기구가 우리의 기도를 직접 들어주는 전능자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셋째,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위한 기도와 준비는 과연 잘 하고 있는가?.
필자가 중국의 어느 저명한 국제정치학자에게 한반도 통일에 관해 물었더니, 대뜸 이렇게 반문한다. "한국인들이 원하는 통일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일국양제(一國兩制)입니까? 아니면 북한에 대한 직접 통치 방식입니까? 직접 통치라면, 한국인들이 그럴 '능력'과 '의지'가 있습니까?" 정직하게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물론, 미래의 조국이 통일된 한반도이길 원하지만,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점진적인 일국양제의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면 직접통치를 준비하고 있는가? 물질을 모아둔 것이 있는가? 때가 됐을 때 통일에 헌신할 준비를 해놓았는가? 하다못해, 남한에 먼저 온 2만명의 탈북자들이 잘 정착하도록 보살펴 왔는가? "복음화된 통일조국"을 수없이 되뇌었지만, 정작 준비한 것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오 대사의 UN에서의 발언처럼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기도하며 실제적인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김민철 집사 (편집부)
[김민철 집사는 현재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중국 북경대 국제관계대학원에서 1년간 연수중에 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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