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돔과 고모라가 불타버린 후 아브라함은 조카 롯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기에 마음이 무척 착잡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그랄 지방으로 이사를 가게 됩니다. 그랄에는 아비멜렉과 같은 강력한 왕이 있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그랄 땅에서 아내 사라로 인하여 올 시험을 두려워하여 아내를 누이라고 거짓말 하였고, 결국 그 거짓말이 화근이 되어 자기 이름에 가장 더러운 먹칠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아비멜렉에게 잡혀갔던 사라는 별 어려움을 당하지 않았지만 그랄왕 아비 멜렉은 하나님께서 벌을 주시어 자식을 갖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라를 누이라고 속인 일로 아브라함은 아비멜렉으로부터 심한 책망을 받게 됩니다.
하나님의 사람 아브라함, 하나님의 친구 아브라함, 후대에 와서까지 믿음의 조상이라 불리우던 그가 어떻게 이런 부끄러운 자리에 떨어졌습니까? 우리가 계단을 올라갈 때는 한 계단씩 올라가지만 계단 위에서 떨어질 때는 한 순간인 것처럼 신앙도 마찬가지여서 신앙의 성장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신앙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아브라함은 거짓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실패자 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운데 아무도 자기의 신앙을 자랑할 수 없습니다.
1. 비겁한 죄
아브라함은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사랑하는 아내의 명예에 먹 칠을 하고 말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아내 사라를 위해 차라리 자신이 희생을 해야 마땅했지만 오히려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보호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약속과 능력을 가르치던 그가 정작 자기는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믿지 못하고 그랄왕을 두려워했습니다.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부패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떠나는 순간 죄의 자리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누구보다도 가까이 하고 사랑했던 아브라함, 그러나 그도 하나님을 떠났을 때 별 수 없는 한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2. 반복한 죄
아브라함은 일찌기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 아내 사라로 인하여 다가올 시험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누가 묻거든 누이라고 말할 것을 아내와 이미 합의했었습니다. 이들은 가나안에 기근이 들어 애굽으로 내려갔을 때에도 아브라함은 애굽 왕 바로에게 사라를 누이라고 속였고 실제로 바로는 사라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아브라함의 나이는 77세였습니다. 이 사건은 갈대아 우르를 떠난 지 2년 후의 일이 어서 아직 아브라함의 신앙이 성숙하지 못했을 때라고 말할 수도 있습 니다. 그러나 그랄에서의 아브라함은 이미 99세나 되었고 믿음이 성숙 한단계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죄를 반복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아브라함의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죄를 짓고 그 죄를 하나님 앞에서 철저하게 회개하지 않으면 그 죄는 없어진 죄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과거의 죄를 청산하지 못하고 또다시 같은 죄를 반복하므로 이방 사람 아비멜렉 앞에서 책망을 받는 부끄러운 자리에 빠지게 됩니다. 회개하지 않은 죄는 과거의 죄가 아닙니다. 아브라함은 과거 애굽에서의 죄를 빛의 세계로 이끌고 나왔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철저히 회개하고 하나님 앞에서 용서를 받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여 훗날 또다시 같은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3. 믿음에서 떨어진 아브라함
아브라함은 그랄 땅에 들어갈 때 어떤 환경에서도 보호해 주시는 하나님을 믿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믿음이 작은 자여 왜 의심 하였느냐”(마 14:31)라고 제자들을 책망하신 바 있습니다. 우리는 믿음이 없는 자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믿음이 작은 자가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온전한 믿음을 요청하고 계십니다.
믿음은 시소의 원리와 같습니다. 하나님을 높이면 자기 자신은 낮아집니다. 그러나 자기를 자꾸 높이면 상대적으로 하나님이 낮아집니다. 대인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의견을 높이면 다른 사람이 떨어져야 합니다. 아브라함은 아비멜렉을 무시했습니다. 그랄에 간 아브라 함은 ‘이 곳에서는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으니 내 아내로 인하여 나를 죽일까 생각하였음이요(11절)’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브 라함이 교만한 마음으로 그랄 백성들을 무시한 말입니다. 어떤 면에서 아비멜렉은 아브라함보다 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의 교만과 불순종, 또 자기를 높인 마음이 다른 사람을 천대한 격이 된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신앙결여는 모든 것을 무너뜨렸지만 하나님의 관심은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능력을 의심했지만 하나님은 끝까지 아브라함과 사라를 보호하셨습니다. 아브 라함은 하나님의 은혜를 의심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이전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끝까지 아브라함을 지키신 것은 그의 죄에 무관심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신실하심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죄를 지었지만 하나님은 그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후로 아브라함의 이 죄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셨습니다.
순례자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들도 혹여 하나님 앞에 범죄 한 것이 있으면 뜨거운 회개와 함께 하나님의 용서하심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새사람으로 거듭나서 아브라함이 아비멜렉을 위하여 축복한 것처럼 우리도 다른 형제를 위하여 복을 빌어주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소원합니다.
(순례자는 고 이종윤 원로목사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다시 듣고 싶은 설교 10편을 선정하여 사순절 기간까지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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