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광야에 있습니다
나의 하나님
고난이라고도 하고
아픔이라고도 부르는
돌멩이들이
발 밑에 깔려 있고 바람이 붑니다.
욥이 그날에
잿더미에 파묻힌
짓물 나며 썩어 가는 몸뚱이와
입에 재갈 물리지 않은
세 친구 앞에 온전히 홀로 섰을 때
신앙의 선진들이
옥중에서
가위로 뼈를 찌르는
추위와 고독 속에 홀로 밤을 지샐 때
인간과 땅과
그들이 원하는 선상에서
가슴 틀어 막으며
달려드는 것들과 뒤엉켜
몸서리 치고 앉아 울었을 뿐이면
그저
안타까운 사연이었겠지요.
보이는 것은
바람에 흩어지는
한 줌의 재와 홑이불 한 장
그것이 광야 인생에 손에 든 전부
혹독한 목숨을 비루하게 닦으며
어떻게
그 광야를 건넜을까요.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말도 노래도 생각도
단순하게 주님께만 드리고
주님 등에 업혀
속삭이며 어루만지며 따뜻하게
그러나 아주 강렬한 불 가운데
순도 높은 한 줄기
영혼의 눈을 뜨고 천국까지 이르는 길
이 광야에
업혀 있는 자에게만 보이는
꽃과 새들과 황금 길
부드러운 바람 달콤한 내음
따뜻한 주님 음성
'내니 두려워 말라'
다른 선상의 문
주님이 적어 놓으신 두꺼운 책
첫 장 첫 줄에 써 있는 쉽고도 비밀한
문을 열고 들어 가니
그 길이었지요.
김해영 권사(9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