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35편은 소위 저주의 시로 불립니다. 시인은 원수에게 하나님의 심판이 임하기를 요청합니다. “내 생명을 찾는 자들이 부끄러워 수치를 당하게 하시며 나를 상해하려 하는 자들이 물러가 낭패를 당하게 하소서 그들을 바람 앞에 겨와 같게 하시고 여호와의 천사가 그들을 몰아내게 하소서”(4-5절). 이런 기도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이 같은 저주에 대해 어떤 주석가들은 구약과 신약의 정신이 다르다고 말합니다. 신약에는 원수까지도 용서하고 사랑하라고 했지만 구약에는 이런 교훈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구약과 신약의 저자는 동일하신 하나님이시고, 서로 다른 교훈을 주실 리 없습니다.
본편의 저자인 다윗은 원수에게 보복하기 위해 이 시를 쓴 것이 아닙니다. 다윗은 자기가 받고 있는 공격과 비난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합니다. 물론 다윗도 인간이기에 모든 면에서 무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원수가 비난하는 그런 죄는 지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윗은 이 시를 개인적인 감정으로 쓴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왕과 재판관으로서 쓴 것입니다. 다윗은 자기를 반대한 사람, 곧 하나님을 반대하는 불경견한 자들에게 의로운 심판이 임하기를 소원하며 이 시를 쓴 것입니다. 다윗은 공과 사를 잘 구별하여 기도한 사람입니다.
1. 전쟁터에서 이기게 하소서
본문의 4-10절은 전쟁을, 11-18절은 법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그의 생애 대부분을 고통 중에 살았습니다.
“그들이 까닭 없이 나를 잡으려고 그들의 그물을 웅덩이에 숨기며 까닭 없이 내 생명을 해하려고 함정을 팠사오니”(7절). 그래서 다윗은“내 생명을 찾는 자들이 부끄러워 수치를 당하게 하시며 나를 상해하려 하는 자들이 물러가 낭패를 당하게 하소서”(4절)라고 기도합니다. 다윗에게 전혀 죄가 없는 것은 아니나‘까닭 없이’미워하고 음해하는 자들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그들을 바람 앞에 겨와 같게 하시고 여호와의 천사가 그들을 몰아내게 하소서”(5절).
사라의 몸종 하갈이 광야로 도망갈 때 그녀 앞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하갈은 여호와의 사자를‘나를 살피시는 하나님’이라고 했습니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모리아산에서 희생제물로 바치려 했을 때도 여호와의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여호와의 군대장관,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와 사자굴 속에서 동행하신 여호와의 사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제2위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이 성육신하시기 전에는 여호와로 불려졌습니다. 그러나 신약에 와서는 더 이상 여호와의 천사로 나타나시지 않습니다.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만난 분, 스데반이 순교의 제물이 될 때,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 유형 갔을 때에 만난 분은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2. 법정에서 이기게 하소서
다윗을 박해하는 원수들이 갖은 거짓말로 그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이에 다윗은 원수의 죄를 사실대로 고발하므로 저들이 시인의 개인적 원수가 아니라 여호와의 원수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저들은 먼저 이웃에게 거짓 증거 하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위반했습니다. 원수들은 거짓 증인들을 법정에 세워 근거 없는 일을 가지고 시인이 마치 죄인인 것처럼 위증했습니다.
또 다윗의 원수들은 선을 악으로 갚았습니다. 시인은 원수들이 병들었을 때 굵은 베옷을 입고 안타깝게 부르짖으며 계속적으로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환난을 당하자 저들은 오히려 기뻐했고 다윗을 조롱하며 치고 찢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근거 없는 허위 사실을 날조하며 선량한 사람을 매장하려는 계책과,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자비를 베풀어준 은인에게 악으로 갚으려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원수입니다.
그래서 시인은“어느 때까지 관망하시려 하나이까”(17절) 라고 하며 하나님의 변호를 호소합니다. 그리고 공의로우신 하나님이 하신 일을 인하여 많은 사람 앞에서 감사하며 찬송을 드리겠다고 합니다(18절).
3. 구원을 주소서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의 공의대로 나를 판단하사 그들이 나로 말미암아 기뻐하지 못하게 하소서”(24절).
다윗은 군사적 위협과 위증의 법정에서 구원하신 하나님께서 저들이 자신이 당하는 일로 기뻐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다윗의 이 기도는 결코 억지가 아닙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공의에 근거하여 기도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는 자신들이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빙자하여 일방적으로 자기편의 승리만을 떼쓰듯 하나님께 간청하는 것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했습니다(27절). 시인이 승리해야만 주변에서 그의 의로움을 목격하고 승리를 믿고 기다리던 무수한 의인들이‘여호와는 위대하시다’라는 찬양을 하나님께 돌리게 될 것이므로 시인은 자신의 구원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호소합니다. 하나님은 다윗의 무죄함을 보셨을 뿐 아니라 거짓된 비난과 공격을 받고 있음도 아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공판과 송사를 다스려 주실 것을 믿고 기도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도 다윗처럼 하나님께 우리의 원수를 심판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까? 다윗은 개인의 보복을 위함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기도했습니다. 기도는 공과 사의 입장을 가려서 해야 합니다. 성도는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겨야 합니다. 원수는 우리를 죽이려고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보시고 지키시므로 우리는 원수를 끝까지 돌아보는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원수를 회개시킬 수 있습니다. 마귀는 지금도 우는 사자처럼 우리를 삼키려고 덤비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귀 앞에서 무력한 양과 같습니다. 그러나 왕 되신 예수님께서 승리자가 되시고 변호자가 되시어 우리를 도우십니다.
“여호와와 같은 이가 누구냐 그는 가난한 자를 그보다 강한 자에게서 건지시고 가난하고 궁핍한 자를 노략하는 자에게서 건지시는 이라”(10절).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공의로우심을 힘입어 세상을 넉넉히 이기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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