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제자는 겸손과 순종의 덕성으로 주님을 배우고 본받아야 한다. 순종은 어려운 일이다. 사랑과 믿음이 없는 순종은 굴종이나 위선이다. 겸손은 자기를 부인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죽는 자리에까지 가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제자됨은 험난하고 따르기가 쉽지 않은 길이다. 제자들의 발을 무릎 꿇고 닦으신 주님의 섬기는 자세로 주님을 따라가야 주님의 제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제자들 가운데 누가 크냐, 그의 우편에 누가 앉을 것이냐는 문제로 다툼이 일어났다. 이런 일들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변화산에 주님과 함께 가지 못한 이들이 질투하며 다투었다. 예루살렘 승리의 입성 전에도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의 간청 때문에 다른 제자들이 분노했다. 그때마다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했다. 어린아이같이 그리고 섬기는 자가 되라고 말씀하셨다. 겸손은 섬김에 우선된다. 어린아이나 노예처럼 낮아질 때 우리도 예수님처럼 남을 섬길 수 있다. 우선 우리를 누르고 있는 네 개의 짐을 던져버려야 남을 섬길 수 있는 종이 될 수 있다.
첫째, 교만의 짐(the burden of pride)을 던져 버려라. 겸손은 교만의 반대어다. 우리를 공격해 온 사람에게 우리의 교만한 반응 때문에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고 고통을 당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작은 왕으로 여기고 자신을 우상처럼 왕처럼 처신하고 대해주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자기를 비방하는 이를 위해 기도하고 용서한 모세의 온유함과 겸손은 자기 권리를 방어할 수 있는 교만의 탈을 벗어버릴 때 가능한 것이다. 모세는 하나님 앞에 머리를 숙였고 사도 바울은 성령님의 인도따라 예수님께 굴복했기 때문에 겸손한 자가 되어 사람 앞에 큰 자로 설 수가 있었다.
둘째, 위선의 짐(the burden of pretense)을 벗어버려라.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있는 것을 숨기려 하는 위선의 짐을 버려야 겸손해진다. 사업에서 조금 성공한 사람이 대단한 성공을 한 사람처럼 우쭐거리며 행세하려거나 자신을 선하게 보이려고 가면을 쓰고 잘난 체하는 사람은 겸손할 수 없다. 지식은 짧고 경험도 미천한 이가 더 많은 교육과 경륜을 쌓은 이 앞에서 자기를 과시하려 한다면 꼴불견이 될 수밖에 없다. 문화인이 못되었으면서 문화인인체 외모를 꾸미고 행세를 하려는 위선자는 겸손할 수가 없다. 이런 사람은 진실이 없고 빈수레처럼 잡소리만 낸다. 자신이 실제로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위장을 한다. 자신이 정보에 어둡고, 신앙생활 철학도 없는 미숙한 사람, 세련되지 못한 사람 취급받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 문제는 자신은 말할 수 없이 부족하고, 죄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 있다. 우리는 부패했고 악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 교회를 위하여, 하나님을 위하여 할 수 없이 안 할 말을 하고, 해서는 안될 일도 한다고 핑계를 댄다.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신 성경 말씀이 우리를 지적할 때 주여, 저는 죄인이로소이다 참회하고 부복해야 한다. 우리의 기본죄는 다른 사람 앞에 죄를 감추고 목을 곧게 하는데 있다. 그러나 우리와 우리 죄는 하나님 앞에 이미 알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리스도께 겸손히 나올 때 사죄와 구원의 은혜를 받게 된다. 하나님이 나를 용납하셨다면 다른 사람이 나를 무엇이라 해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외식을 버리고 겸손한 자가 될 것이다.
셋째, 인위적인 짐(the burden of artificiality)을 벗어 던지라. 외식과 비슷하지만 실은 다르다. 평안하다 평안하다 하며 강한 체하는 진실이 결여된 이에겐 겸손이 없다. 인위적인 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배반한다. 십자가는 사실이다. 잘못된 것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속이는 것과 악은 소멸되어야 한다. 진리 앞에 겸손하고 사실 앞에 정직해야 한다.
넷째, 자기 성취를 위한 투쟁의 짐(the burden of self-struggle)을 벗어버려라. 이 세상에서 자신이 어떤 것을 만들거나 인정받기 위해 자신과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해 열심히 부지런히 수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교만에서 흘러나온 자기 성취를 위한 노력과는 다르다. 자기만족을 위해 노력하는 자가 아니라 자기를 부인하는 자 즉 자신을 비우고 낮아져 죽음으로 하나님을 만족시키신 예수님을 배우고 따라야 겸손해진다. 교만, 위선, 인위적 꾸밈, 자기 성취욕에서 벗어나 그런 것들을 과감히 버릴 수 있고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을 위하여 일을 시작할 때 따르기 어려운 겸손의 길을 예수님처럼 걷게 될 것이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서울장신대석좌교수ㆍ서울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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