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소개
서울교회 소개
서울교회의 철학
서울교회가 있기까지
주요활동
교회 오시는 길
교역자/장로
원로목사 소개
담임목사(안식중)
교역자 소개
장로 소개
선교사 소개
예배 안내
예배 및 집회시간 안내
교회 소식
교회행사/소식
모임/교인소식
순례자
언론에 비친 서울교회
주간기도
서울교회 사태
Home > 서울교회는 > 교회소식 > 언론에 비친 서울교회
2012-10-13
<순례자47> 나는 무익한 종이로소이다

종에게 무슨 명예가 있습니까. 종은 이름도 없습니다. 부리기 위해서 바위라든가 곰쇠놈같은 별명이 있을 뿐 이름이 없으니 명함이 있을 리 없습니다. 남이 알아주면 은혜요 알아주지 않아도 고마울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는 종에게 내 것이 없으니 스스로 이룬 것은 더더욱 없습니다. 나 자신이 주의 소유물인데 내게 무슨 소유권이 있으며 등기부에 올릴 이름 석자가 없는 주제에 내 소유 내가 한 일이란 가당치 않은 말입니다. 시간도 심지어 생명도 내 것이 아닙니다.

종에게 고난은 가지지 말아야 할 것을 가지려고 할 때 옵니다. 앉지 않아야 할 자리에 앉으려고 할 때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옵니다. 매를 맞고 누명을 쓰고 멸시와 천대를 당하고 손발이 절단되고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종입니다. 종에게 무슨 인권이 있고 자격이 있고 권리가 있겠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말입니다.

종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를 주인에게 따지거나 제 의견을 앞세울 수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밭갈고 양을 치고 돌아와서는 주인의 식탁을 준비하고 그가 먹고 마시는 것을 수종들어야 합니다. 일하라면 하는 것이고 밤을 새우라면 새우는 것 뿐이지 거기에 거절이나 불평은 없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의 종(듀로스)이라고 불렀습니다. 헬라어로 듀로스는 노예를 말합니다. 노예는 주인의 뜻에 절대 순종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주인의 뜻을 이루고 주인을 기쁘게 할 뿐입니다. 겨자씨만한 순수하고 생명력 있는 믿음은 이같이 순종하는 믿음입니다. 자기를 내세우거나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섬기는 종이 되어야 큰 믿음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노예에게는 지혜도 능력도 없습니다. 주인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지혜요 그것이 능력인 것입니다.

무익한 종에겐 보상도 없습니다. 무엇을 이룬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한 것이 아니라 기적을 일으켰다 해도 모두 주님께서 하신 것 뿐입니다. 나는 그 분의 도구로 쓰임받은 것을 감지덕지 할 뿐입니다. 보상이 없다면 알아라도 주셔야 할 터인데 종에겐 그런 보상심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종은 무엇을 소유해서도 보상을 기대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름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길 뿐입니다.

종에겐 상대적 감사나 순종이 아니라 절대 감사, 절대 순종이 있을 뿐입니다.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원망은 없습니다. 받았으니 감사가 아니라 없어도 빼앗기고도 감사합니다. 교회 안에서 내 뜻대로 일이 안되고 남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고 섭섭히 생각하고 뒤로 물러서는 이는 주님의 종이 아닙니다. 내 맘대로 안되고 남의 인정 없어도 주님 명령에 순종한 것을 기뻐하며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칠만큼 수고를 하고도 한 것이 없다는 무익한 종이라고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서양인들에겐 이해가 어려운 표현입니다. 어찌보면 정직하지 못한 지나친 겸양이라 할 지 모르나 이런 마음을 갖고 사는 이에겐 어떤 일이 닥쳐와도 불평이 없습니다.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이나 부족하고 주고도 부족하고 오히려 죄송해 하는 마음 그것이 무익한 종의 자세입니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 무익하다는 것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마음과도 같습니다. 이런 믿음이 있는 이는 남을 실족케 안할 것이며 다른 형제의 과실을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용서할 수 있는 믿음의 장부가 될 것입니다.



이종윤 목사
<한국기독교학술원장ㆍ서울장신대석좌교수ㆍ서울교회 원로>

한국장로신문